대부분의 한국인은 밥이나 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좋아한다. 식사의 시작과 끝에는 웬만하면 탄수화물 식품이 들어가 있다. 고깃집에서 제공하는 볶음밥이 'k-디저트'라고 불리며 유행할 정도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간도 예외는 아니다. 과도하게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간 건강도 나빠질 수 있다.
지방간, 알코올성 vs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란 무엇이며, 왜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구분하는 것일까. 우선 지방간이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에 쌓인 지방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하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정상적인 간에 들어있는 지방 함량은 5%보다 낮다.
지방간은 발생 원인에 따라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구분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지나친 과음으로 지방간이 생기는 경우를 뜻한다. 알코올은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대사 된다. 이 작업은 간에서 이루어진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다 보면 지방산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그로 인해 적정량보다 많아진 지방산이 간세포에 축적되면서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그런데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하루에 40g(4잔) 이하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서 지방간이 나타났을 때, 이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부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요 원인은 비만(복부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약물 오용 등이 있다. 충남대학교병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비알콜성 지방간은 일반인에게서는 10~24%, 비만 환자에게서는 58~74%의 발병률을 보인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탄수화물 때문?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 원인 중 하나로 '고탄수화물 식단'이 제기됐다.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소속인 김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탄수화물 섭취량과 비알콜성 지방간 발병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원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129명과 정상 대조군 75명을 각각 모집했다. 그다음, 204명을 탄수화물 섭취량을 기준으로 아래의 표와 같이 분류했다. 참고로 탄수화물이 하루 섭취 칼로리의 70% 이상을 차지하면 '고탄수화물 섭취군'으로, 그렇지 않으면 '저탄수화물 섭취군'으로 분류했다.
이번 연구에서 중요하게 활용된 지표는 'alt(alanin aminotransferase) 수치'이다. alt는 간세포에 존재하는 효소인데, 간세포가 파괴됐을 때 세포를 빠져나와 혈액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간 질환이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소화기학회 간 검사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따르면 정상 alt 상한치는 남성의 경우 29 ~ 33iu/l이고, 여성의 경우 19 ~ 25iu/l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탄수화물 섭취군(①과 ②)에서만 탄수화물 섭취량과 alt 수치가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즉, ①과 ②는 서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이 결과는, 인과관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혼란변수'를 조정한 후에도 통계적 유의성을 유지했으므로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③과 ④의 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결과를 채택할 수 없었다.
아울러 김원 교수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의 대변 샘플을 채취해 탄수화물 섭취 정도에 따른 장내 미생물 환경 차이도 분석했다. 그 결과 고탄수화물 섭취군 중에서 비알코올 지방간을 가진 사람들(①)의 대변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대변에는 차이가 있었다. 일단 ①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장내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이 더 많았고, 간 섬유화 진행을 막아주는 베일로넬라시에(veillonellaceae)나 루미노코카세(ruminococcaceae) 박테리아가 더 적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에서는 고탄수화물 식단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 및 악화 위험이 높아진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번 연구 결과는 유의성을 인정받아 지난 5월에 '장 미생물 저널(gut microbes)'에 실렸다. 장 미생물 저널은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들로 이루어진 생태환경)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scie 급 국제학술지이다.
지방간을 없애기 위한 운동법
지방간은 치료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전조증상이 뚜렷하지 않아서 초기에 발견하기도 어려우며 오래 방치하다가는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방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치료 및 예방법으로는 대부분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권장한다.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동해야 지방간 발병을 막을 수 있을까. 하이닥 운동상담 이정은 운동전문가는 "규칙적인 운동은 지방간 개선에 도움이 된다"라며 "쉽게 할 수 있는 걷기, 조기, 등산 등을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정은 운동전문가가 지방간 치료 및 예방을 위해 추천한 유 · 무산소 운동이다.
아울러 "만약 위와 같은 운동을 실천하기가 어렵다면, 매일 40분 이상 빨리 걷는 생활 습관을 지속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전신 지구력 운동을 오랫동안, 꾸준히 할 것을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