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되지 않은 음식물로부터 수분을 흡수하고 찌꺼기는 보관해 대변 형태로 배출하는 기능을 하는 대장은 막창자, 결장, 직장으로 분류된다. 이중 직장은 대장의 가장 마지막 부분으로, 대변을 모았다가 배출하기 전 대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직장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이 직장암이다. 직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치질과 증상이 비슷해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하이닥 내과 상담의사 박현경 원장(서울박현경내과의원)은 “직장암은 치질과 증상이 비슷하긴 하나, 자세히 문진해보면 다른 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현경 원장과 함께 직장암의 증상과 진단 방법,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q. 직장암을 치질이나 변비 등으로 오인해 방치하다가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진료해 보셨을 때 보통 환자들이 어떤 증상으로 인해 병원을 찾았다가 직장암을 진단받나요?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약간의 통증을 느낄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말기가 될 때까지 통증을 느끼는 경우는 드뭅니다. 직장암이 진행됨에 따라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은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입니다. 최근 9월 한 달 동안 우리 병원에서도 환자 4분이 직장암을 진단받으면서 저도 경각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환자들의 공통된 증상은 갑자기 심해진 변비 증상과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느껴지는 등의 배변 습관 변화입니다.
q. 치질과 구별되는 직장암의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의 직장암은 항문 출혈, 잔변감, 배변 시 통증, 대변 굵기의 변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점에서 치질과 증상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문진해보면 약간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출혈 증상인데요. 치질은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배변 후에 따로 출혈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대변과 혈액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배변 후 혈액만 뚝뚝 떨어지고 휴지에 출혈된 혈액이 묻어나는 양상이지요. 그런데 직장암의 경우에는 대변이 나오면서 직장 내 출혈을 동반한 암 조직을 자극하기 때문에 대변에 혈액이 묻어있게 되고, 혈액도 선명한 붉은 색보다는 점액 등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의 양상 또한 조금 다릅니다. 치질 중에서도 혈전성 외치핵은 심한 항문 통증을 유발하고, 특히 모세혈관의 출혈로 인해 혈전이 발생하기 때문에 통증이 매우 갑작스럽게 발생합니다. 반면, 직장암에 의한 통증은 급격한 통증을 유발하기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병의 특성상 점차 심해지는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비슷한 증상인 듯 보여도 전문의와 문진 및 진료 상담하는 과정에서 대략 원인 질병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치질 증상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소화기 질환 전문의에게 진료받아볼 것을 강하게 권유해 드립니다.
q. 결장암과 직장암의 차이는 무엇인가요?대장은 결장과 직장 부위로 나눌 수 있고, 맹장-상행결장-횡행결장-하행결장-s자 결장 부위를 지나 대장의 마지막 15cm 정도 길이 부위가 직장입니다. 결장에 생기는 암을 결장암, 직장에 생기는 암을 직장암이라고 하는데요. 결장암과 직장암 모두 결국 대장암 또는 결장직장암으로 통칭하는 악성종양입니다. 치료법에 있어서는 결장과 직장에 생긴 병변이라고 해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며, 암의 병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면 됩니다. 기본적인 수술적 절제와 추가적인 항암치료 요법(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을 고려하는데요. 다만 직장암의 경우 항문연에서 가까울 수 있어 수술적 절제 방법 중에 장루(인공항문) 조성술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암 수술에 있어 최소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암의 경계부와 수술적 절제 부위의 거리를 최소 2cm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직장암이 항문연에 너무 가깝게 위치하게 되면 절제 후에 수술 부위가 아물 때까지 배변을 위해 임시로 또는 영구적인 인공항문을 거치하게 됩니다.
q. 직장암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우선 직장암이 의심되면 대장 내시경 또는 s결장경 검사를 통해 반드시 조직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항문과 연결되는 부위인 하부직장에서의 병변은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를 끝내기 전, 하부 직장에서 내시경을 반전시켜 항문 쪽까지 잘 관찰해야 합니다. 조직 검사에서 암세포가 확진되면 추가로 ct(전산화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pet(양전자방출 단층촬영)을 통해 정확한 암의 크기와 침범된 깊이 및 전이 정도를 파악합니다. 간혹 혈액으로 암 검사를 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장암의 표지자인 암태아성항원(cea)은 태아 시기에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당 단백질로, 태어나기 전에 생산이 중단됩니다. 혈액 검사에서 cea 수치가 높으면 대장암이나 폐암 등 다른 암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간경화, 간 질환, 만선 폐 질환 환자, 흡연자에게서도 이 수치가 증가할 수 있어 혈액검사만으로는 대장암을 진단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q. 직장암 수술을 받으면 배변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인공 항문은 꼭 달아야 하는 건가요?직장암에 대한 적절한 수술 원칙은 종양으로부터 원위부 및 근위부에 걸쳐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장을 절제하고, 이와 더불어 림프 경로를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입니다. 조기 직장암의 경우 침윤 깊이가 깊지 않은 경우 내시경 시술을 통해 절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항문까지의 적정거리만을 남겨두고 직장 전체를 절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과정에서 직장암과 항문연까지의 거리가 너무 가까울 경우 항문 기능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인공항문을 거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수술 술기가 발전되어 항문에서 직장암까지의 거리가 4~5cm까지 가까운 경우에도 수술 후 임시로 인공 항문을 거치하였다가 추후 복원 수술이 가능합니다.
q. 직장암은 치료 후에도 재발·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직장암은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했더라도 약 30~50%는 재발합니다. 재발하는 경우 중에서도 원래 종양이 있던 부위의 국소 재발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로의 원격전이가 동반되는 광범위한 재발이 흔한 편입니다. 그 이유는 직장이 골반 내에서 자궁이나 방광 등 주변에 다른 장기들과 매우 밀접하게 있는 데다, 직장 하부에는 복막이 없어서 암세포가 주변 장기로 쉽게 침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 비뇨생식기계를 직접 침범하는 재발이 많으므로 이에 따른 합병증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으며, 혈관이나 림프샘을 따라 전이되는 원격전이도 흔한 편이라 간이나 폐 전이, 뼈(골) 전이 또는 뇌 전이 등이 주로 관찰됩니다.
q. 직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모든 암과 관련한 예방법이 모두 비슷하겠지만, 결국 암이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차적 예방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무슨 암이든 그 발생 원인을 어느 한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으며, 또한 여러 원인 중에는 유전적 소인처럼 우리가 선택하거나 피할 수 없는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직장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이차적 예방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증상이 없는 저 위험군이라도 40세 이후부터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합니다. 이 밖에도 건강한 식습관은 직장암의 예방에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섭취하는 총 칼로리가 높을수록 직장암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와 연관해서 비만하지 않도록 체중 관리를 하는 것이 도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붉은 고기와 고단백, 고지방식이 등도 직장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킬 수 있어 과다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한 식이섬유소와 칼슘의 섭취가 직장암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효과적인 칼슘의 섭취량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입니다.도움말= 하이닥 상담의사 박현경 원장(서울박현경내과의원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