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세계 헌혈자의 날은 헌혈의 중요성을 전하고 헌혈자에게 감사하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헌혈은 사람을 살리는 실천이다. 인간의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으며, 이를 대체할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헌혈을 통한 수혈만이 혈액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매일 5일분 이상의 혈액을 보유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전국적인 감염병이 확산되면 헌혈자가 줄어들어 혈액이 부족해진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한 지난 4월 하루 혈액은 약 3일분까지 감소하기도 하였다. 코로나 사태가 완화된 요즘은 헌혈자 수가 늘어나 9~10일분의 혈액이 비축되어 있으나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면 언제든지 혈액 부족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혈액 공급의 핵심은 ‘지속성’이다. 매일 적정 혈액 보유량을 유지해야 혈액 부족으로 위협받는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하다.
피 뽑는다고 겁 먹을 필요 없어헌혈을 하면 몸속 피가 빠져나가 건강이 나빠질까봐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 몸은 체중의 7~8%에 해당하는 양의 혈액을 보유하고 있다. 혈액의 15%는 비상 상황을 대비한 여분이기에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인간의 신체는 체내 외 변화에 대한 조절 능력이 뛰어나 헌혈 후 1~2일 정도면 혈관 내외의 혈액순환이 회복된다. 또 헌혈 중 사용하는 바늘을 비롯한 모든 도구는 무균 처리되어 있으며 한번 사용 후 모두 폐기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
나의 건강을 아픈 이들과 나누는 소중한 일헌혈자도 헌혈을 통해 몇 가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하이닥 혈액종양내과 상담의사 박현민 원장(서울박내과의원)은 하이닥 q&a에서 헌혈의 장점으로 ‘간단한 무료 검진’과 ‘지혈’을 뽑았다. 헌혈 전에는 헌혈자의 몸무게, 헤모글로빈 수치 및 혈압, 맥박, 체온을 측정하는데, 헌혈을 하면 이러한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헌혈을 하면 지혈 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박현민 원장은 “수혈은 우리 몸의 관점에서 보면 실혈이다. 그러므로 골수가 갑자기 혈구 세포와 인자들의 생성을 많이 한다. 이는 우리 몸에 자극이 되는데 오히려 주기적으로 수혈을 하는 사람이 사고 시에 지혈이 더욱 잘 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너무 잦은 헌혈은 단기간 헌혈은 빈혈이나 저혈압으로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닥 류마티스내과 상담의사 정세진 원장(연세마두병원)은 하이닥 q&a에서 “헌혈은 체내 철분 함량을 낮춰 심근경색 등 질병을 예방하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한두 번 헌혈 하는 것으로 이러한 효과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혈은 건강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으로 고생하는 타인을 돕기 위해 약간의 수고스러움과 부작용 가능성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건강보다는 타인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더 큰 것이다.
헌혈할 때 주의할 점은?누구나 헌혈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혈로 인해 헌혈자의 건강에 무리가 가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헌혈하면 발한, 어지럼증 등 혈관미주신경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 헌혈 전에는 식사와 수면 등 당일 헌혈자의 건강 상태를 반드시 확인한다. 320ml 채혈은 만 16~69세, 400ml 채혈은 만 17~69세로 나이가 제한되어 있다. 또한 수축기 혈압 90mmhg 미만 또는 18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100mmhg 이상, 1분간 맥박 50회 미만 혹은 100회 초과, 체온 37.5°c 초과 시에는 혈액순환기계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채혈할 수 없다.헌혈에는 크게 전혈 헌혈과 성분 헌혈이 있다. 전혈 헌혈은 적혈구, 백혈구, 혈장, 혈소판이 포함된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이다. 성분 헌혈은 혈소판성분헌혈, 혈장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로 구분되며 성분 채혈기를 이용해 필요한 성분만 채혈한다. 전혈 헌혈은 약 10~15분, 혈장 성분헌혈은 약 30~40분, 혈소판, 혈소판혈장 성분헌혈은 약 1시간~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전혈헌혈은 2달에 1번, 성분헌혈은 1년에 최대 24번으로 횟수가 제한된다. 단 과거 1년 이내에 전혈헌혈 횟수가 5회이면 전혈헌혈이 제한되며 과거 1년 이내에 성분헌혈 횟수가 24회일 경우 혈소판성분헌혈, 혈소판혈장성분헌혈을 제한받는다. 헌혈 직후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질 수 있다. 하이닥 한방과 상담의사 강기원 원장(제일경희한의원)은 하이닥 q&a에서 “헌혈 직후 심리적 불안, 일시적 혈액량 부족 등으로 오한, 어지러움, 실신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하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하지만 대부분 안정을 취하면 저절로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저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헌혈 중이나 헌혈 후 채혈 침대에서는 호흡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다리를 발목 근처에서 꼬고 다리 근육에 힘을 주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헌혈 후 메스껍거나 어지럽다면 머리를 낮추고 다리를 들어 올려주는 것이 좋다. 또 컨디션 회복을 위해 평소보다 물을 많이 섭취하고 음주나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박현민 원장 (서울박내과의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하이닥 상담의사 정세진 원장 (연세마두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하이닥 상담의사 강기원 원장 (제일경희한의원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