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 감염은 신장이식 전체 환자 중 60~80%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거대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열, 근육통, 관절통 및 골수억제의 증상이 나타나고, 위장관염, 폐렴, 망막염과 같은 침습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정상인에서는 일차감염이나 재활성화 모두 면역반응에 의해 쉽게 제어되지만, 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인 장기이식 환자에서는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식해 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는 신장이식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거대세포바이러스 예방요법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진료 지침 없어, 이식센터마다 다른 기준으로 예방요법 시행해현재 국내 신장이식 환자의 거대세포바이러스 예방에 대한 진료 지침과 관련 대규모 연구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이식센터마다 다른 기준으로 예방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국내 신장이식 환자에게 시행하고 있는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관련 예방요법의 실태를 파악하고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2014~2020년 동안 장기이식 코호트(kotry) 연구에 등록된 환자 2,76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이 중등도 이상의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위험군으로 확인됐으며, 예방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 위험도가 62% 낮아졌다. 여기서 예방적 치료란,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이식 후 일정 기간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4주 이상 예방적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신장이식 후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과 이식 신장 거부 반응의 빈도 및 위험도 감소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저위험군을 제외한 모든 환자에게 이식 후 예방적 항바이러스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등도 이상의 감염위험을 가진 89.7%의 환자 중 실제로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4주 이상 시행한 환자는 14.8%에 불과했으며, 진료 지침에서 권고하는 약물인 간시클로비르(ganciclovir)와 발간시클로버(valganciclovir) 이외의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책임자인 경희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정경환, 김진숙 교수팀은 “국내 신장이식 환자에서 예방적인 항바이러스제 투여는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과 이식 신장 거부반응의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며, “현재 고위험군에만 인정되는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사용의 급여 기준을 중등도 위험군까지 확대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연구 책임자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고민정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20개의 국내 신장 이식센터의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효과를 확인했으며, 향후 국내 진료 지침 기반 마련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